[서울교육방송 드라마비평]=전지현이 또 한번 큰 사건을 쳤다.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 드라마로 환타지 로멘스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중국열도를 열광시켰는데, 이번에는 ‘인어’(人魚) 역할로 등장하면서 환타지 멜로 드라마로서 성공적인 출발을 해냈다. 복잡한 정치혼란속에서도 정치와 전혀 상관없이 드라마 자체 탄탄한 스토리전개와 전지현의 색다른 연기력, 이민호의 매력, 김성령의 출연 등이 합세해서 초반부 16% 시청률을 기록하고, 조만간 20%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된다.
1회때는 인어의 고귀함이 물씬 풍기면서 전지현(심청)이 폭풍우속에서 붙잡혀온 이야기를 매우 신비롭게 풀어냈다. 푸른 바다의 전설이 품고있는 그 신비로움이 태평양의 물살처럼 고귀하게, 그 속에서 검찰을 우롱하는 사기꾼 허준재(이민호)의 역할은 전혀 다른 인물들이 묘하게 조화를 이뤘다. 양심에 실종된 사기꾼이라면, 일찌감치 사람의 감정따위엔 의미가 없겠지만, 허준재의 인성은 그렇지 않다. 2회때 본격적으로 전지현과 감정이 얽히기 시작한다.
말할줄 모르는 전지현이 말을 배우는 과정이 정말로 탁월하다. 박지은 작가의 시나리오인데, 노트북 영화를 쳐다보면서 언어를 배웠다는 그 발상은 참으로 탁월하다. 시청자들이 그러한 맥락을 받아드리도록 하는 그 설정이 중요한데, 이미 충분히 공감이 가고도 남고, 이제는 이소룡처럼 전지현이 깡패들(김성령이 사기를 당해 고용한 조직단)을 물리칠 때, TV의 안방은 폭소와 재미로 뒤범벅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전지현이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연기할 수 있는지, 물고기처럼 행동하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순간순간 보여지는 것, 사탕을 좋아하거나, 아이스크림의 맛에 홀딱 빠지거나, 그런 내용은 실로 신선하다. 목이 말라서 정수기 물통을 통째로 마시는 그 장면은 역시나 ‘엽기적 그녀’를 연상케 했다.
폭풍우가 쳐서 붙잡힌 전지현이 조선시대에는 현령이었던 이민호의 손길로 풀려났는데, 이제 전지현은 실제로 인간이 되어서 걸어다니다가 경찰서에 붙잡혔는데, 그때 이민호가 라이터 환각마술을 통해서 멋지게 구해낸다. 과거와 현재를 충첩시키면서 비슷한 장면의 연상기법이 동원된 것이다. 이 장면은 1회에서 등장한다. 2회부터 인어가 사람이 되는 과정이 본격적으로 묘사되는데, 어떻게 이런 박진감 넘치는 드라마를 만들 수 있을까?
예측할 수 없는 내용전개였고, 인어가 사람이 되는 과정에서 충돌하는 문화습득과정이 참으로 절묘했다. 물고기의 본성이 적나라하게 보여지는 장면들이 압권이다. 가령,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발을 동동동 구르면서 좋아하는 장면이나, 수줍어서 부끄러워하는 그 장면들은 물고기처럼 보여진다. 전지현의 연기력이 얼마나 일품인지, 배우의 실력은 스스로 끊임없는 노력으로 빛을 발하는 것같다. 이러한 연기는 단지 미모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전지현의 이번 연기는 완전히 색다른 연출이 많았다.
“사랑이 뭐야?”
“사랑은 항복하는 것, 졌다는 것”
“사랑해!!”
이민호(허준재)가 전지현(심청, 인어)에게 알려주는 사랑의 정의다. 과연, 우리가 스스로 체득한 사랑의 정의는 무엇일까? 수많은 정의와 수많은 의미가 존재하겠지만, 과연 오늘 내가 정의할 사랑은 무엇인가? 전지현은 드라마속에서 이민호가 알려준 그것을 그대로 습득하면서 삶속에서 배워 응용하고 믿고 실행하는데, 교육의 중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어’가 겪게 될 3회부터 서울의 문화체험은 신선한 충격으로 그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인어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이야기들은 결국, 200만명 체류외국인 시대를 살아가는 다문화시대에 푸른 바다의 전설 드라마는 ‘문화의 충돌현상’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해할지를 보여주는 매우 건설적인 내용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