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끔 한의원에 간다. 통증이 너무 크거나, 갑자기 찾아온 병이 있으면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한다. 대부분 병은 스스로 관리를 하는데, 스스로 관리할 수 없는 것들은 한의원을 통해서 해결한다. 경혈은 동양의학의 집대성이다. 선조들의 지혜가 지금에 이른 것이 바로 ‘경혈’이며, 한의사는 동양의학의 손가락과 같다. 그러므로, 그들의 손을 빌려 내 몸을 치료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동양의학이 옳으냐, 서양의학이 옳으냐라고 따지는 것은 무익히다. 동양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몸은 자신을 스스로 치유하는 자연치유가 있어서다. 서양인도 침술을 맞으면 병이 낫고, 동양인도 서양의학으로 치료가 된다. 어떤 의학이든 사람의 병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다른 지병이 생기지 않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무릎 관절을 수술했는데, 거기는 치료했지만, 몇 달 뒤에 허리가 아프다면 그것은 병의 위치만 옮겼을 뿐 근본적 치유가 아니다.
요추에 심한 통증이 있어서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며 신경치료를 했는데 1년 뒤에 허리가 모두 무너진다면 그것은 치료가 아니고, 환자를 죽이는 것이다. 그 무엇이든 당장의 통증을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고, 통증제거와 함께 병의 원인까지 치료해야한다. 밭의 잡초를 뽑을 때, 잡초의 줄기와 뿌리를 함께 뽑아야 잡초가 재발하지 않듯이 병도 뿌리까지 치료해야한다. 그것이 중요하다.
경혈(經穴)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뜻한다. 수많은 경혈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가 존재하는지 알 수가 없었고, 신경말단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는 것도 알지 못하였다. 지금은 모두 알고 있다. 경혈에서는 ‘기(氣)’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기는 곧 몸의 모든 곳에 흐르는 것인데, 신경전달물질을 뜻한다. 신경전달물질은 전기적 신호를 통해서 흐른다. 기는 곧 전기와 연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혈은 동양에서 수많은 한의사들이 환자들의 병을 치료하면서 그 효과를 이미 입증하고, 치료에 도움이 된 것을 확인한 의술이다. 그래서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경혈요법의 출발은 ‘자극’에 있다. 교통사고가 나는 경우에는 뼈가 부러지거나, 피부가 찢겨서 엄청난 대수술을 해야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대부분의 만성 통증은 내부의 문제이며, 피부의 간지러움, 근육통증, 내장기관의 고통 등이다. 이러한 문제는 사소한 질병으로서 스스로 치료할 수 있다. 아주 미세한 병들은 몸이 스스로 치유한다.
반면, 조금 더 큰 질병, 몸이 스스로 치료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병은 ‘통증’을 통해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한 신호를 알고서, 해당 부분에 자극을 주게 되면 그 부분의 통증이 사라진다. 자극에는 주무르기, 꼬집기, 두드리기, 찌르기 등등이 있다. 그 어떤 방법이라도 통증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 침술은 매우 날카로운 도구를 활용해 해당 부분과 연결된 신경들에 자극을 줌으로 통증을 해결하고, 그 통증의 근본 원인이 되는 곳들을 함께 해결하는 것이다.
통증은 불쾌감을 준다. 그대로 방치하면 뇌는 통증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만사에 짜증이 난다. 짜증이 나면 만사가 귀잖아지고, 하는 일도 안된다. 하는 일이 안되면, 그것 때문에 짜증은 배가 되면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통증은 반드시 해결해야한다. 어깨가 뻐근할 때, 뻐근한 어깨는 주물러서 풀어야한다. 눈이 피곤한 것도 해당 부분을 풀어야하고, 배탈이 났다면 그 부분도 따뜻하게 해서 풀어야한다. 살다보면 낫겠지하면서 나중에 큰 병이 된다. 배가 아팠으면, 분명히 통증의 원인을 파악해서 근본적 치료를 해야한다. 그래야 큰 병이 안된다. 통증은 큰 병의 전조현상이다. 통증을 해결하면서 병의 원인을 파악하면 큰 병은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 큰 병은 큰 수술을 해야하고, 작은 병은 바늘같은 침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경혈을 이용한 침술이다. 침술은 피부속으로 꼽는 것이고, 피부속에 꼽지 않아도 경혈자리를 제대로 안다면 그 부분을 자극만 줘도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