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의 발과 몸의 균형을 보는 눈을 갖게 되므로, 습관적으로 자동적으로 사람의 균형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어제는 세탁물을 찾으러 갔다. 세탁소 할머니는 등이 완전히 굽었는데, 없었다. 할아버지가 혼자 있다가 내 옷을 꺼내줬다.
“와이셔츠에 뭔가 묻었어요!!”
와이셔츠 등쪽에 뭔가 묻어서, 내가 지적했다. 그 할아버지는 내 지적을 받아드리고, 순간 그것을 쓱쓱쓱하더니 신기하게 없어졌다. 그 순간 할아버지의 다리를 보니, 왼쪽 발이 휘청했다. 발이 불편한 것이 확실하게 보였다.
“할아버지, 발이 불편하세요?”
“다리가 엄청, 아파요. 오른쪽 다리에 인공관절을 했어요.”
“그래요? 한번 봐요”
할아버지가 오른쪽 바지를 올리니, 무릎에 인공관절을 한 것이 보였다.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왼쪽 발을 휘청하세요?”
“오른쪽은 수술해서 좋아졌는데, 왼쪽을 그 전에 너무 무리하게 썼는지, 요즘은 왼쪽이 너무 아파요. 그래서 수술한 쪽으로만 걷는데, 두 발 모두 아파요”
“그래요? 제가 살살살 주물러 드릴까요?”
체형관리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냥 ‘살살살’에는 많은 부분이 함축되어 있고, ‘불편한 다리’를 ‘편안한 다리’로 만들어드리겠다는 언약도 포함된다. 할아버지는 나와 신뢰가 있으므로, 내게 다리를 맡겼다. 나는 체형관리를 하는 도구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할아버지에게 “라이터”를 부탁했다.
라이트는 담배피우는데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체형관리를 할 때는 라이터가 곧 마사지 기구로 변환된다. 양말속에서 드러난 할아버지 왼발은 너무나 아파 보였고, 특히 엄지 발가락 위쪽에 상처가 있었다.
“이거 뭐죠?”
“며칠 전에 문에 끼어서 다쳤어요”
왼쪽발 엄지 발가락 위쪽에 있는 상처였다. 왼쪽 발이 그렇게 아팠던 근본 원인이다. 그러한 상처 때문에, 또한 본래 발가락들이 힘이 없어서 그렇게 발이 불편했던 것이다. 테스트를 실시했다. 발가락에 힘을 주라고 했는데, 그 할아버지는 표정에만 힘을 주고, 발가락은 꿈쩍을 하지 않는다.
“힘이 안들어가요. 힘이 안 써지네요.”
할아버지는 안간힘을 쓰는데 안됐다. 엄지 발가락에만 살짝 힘이 들어갈 뿐이다. 발가락에 힘을 주라고 하니, 발목에 힘을 주면서 갈피를 못 잡았다. 발바닥도 동일했다. 발바닥의 안쪽은 그냥 무너졌고, 바깥쪽도 동일했다. 둘을 비교하면 바깥쪽이 조금 더 힘이 있었다. 발의 회전력, 다리의 회전력은 아애 없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발목을 드는 힘, 발목을 뻗는 힘은 있었다. 발목을 드는 힘과 뻗는 힘은 계단을 올라가거나 내려갈 때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계단은 그래도 올라가고, 내려가시네요?”
“계단을 올라가는데 불편함이 없어요. 내려가는 것도 잘 내려가요.”
다리를 밖으로 뻗는 힘, 다리를 들어올리는 힘은 아애 없었다. 다리를 들어서 올리라고 하니까, 정말로 살짝 올렸다. 내가 힘을 주니, 그냥 내려갔다. 힘이 아애 없었고, 마치 갈대와 같았다.
“할아버지, 힘이 있어요? 없어요?”
“힘이 없어요. 아애 힘이 안들어가요.”
“힘이 없는 것이 확실히 알겠죠? 힘이 없으니까, 걷는게 불편한 거예요. 발과 다리와 허벅지는 근육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요. 관절을 중심으로 길게 연결되어 있어요. 발가락, 발, 다리, 허벅지로 근육들이 앞과 뒤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할아버지는 모든 근육들이 서로 끊어져서 작동이 잘 안되는거예요. 제가 슬슬슬 문질러서 서로 연결을 해드릴거예요. 그러면 힘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질거예요. 살살살 하지만, 아픈 곳은 엄청 아플 수도 있어요. 참으셔야해요”
그리고 곧바로 엄지 발가락 위쪽을 눌렀다.
“욱!!!”
할아버지는 마치 다리미에 눌린 듯, 엄청난 고통을 얼굴에 그렸다. 그렇게 5번 했더니, 내가 엄지 발가락에 라이터만 가져가도 움찔 했다. 가장 아픈 곳을 그렇게 하고 나서, 나머지는 슬슬슬 문지르면서 발의 체형을 관리했다. 그리고 곧바로 테스트를 했더니, 엄지 발가락을 중심으로 발등에 힘줄이 쑥 올라왔다. 그 힘줄을 본 할아버지는 금새 좋아하면서,
“힘이 생겼네요. 엄지 발가락에 힘이 확실히 들어와요.”
그렇게 엄지 발가락에 힘을 넣고, 나머지 발가락에도 차례로 힘을 연결하고서, 다리와 허벅지까지 모든 근육을 풀어줬다. 모두 30분 정도 소요되는 긴 시간이었다. 그리고 다리를 들어올리는 테스트를 했더니, 다리는 쑥 올라가니는 못했지만, 내려가지는 않았다. 다리를 드는 힘이 확실히 들어왔다. 단지, 약했다.
“제가 또 올께요. 같은 마을에 사는데, 제가 와서 도와드릴께요”
“고마워요.”
세탁물을 주면서, 세탁비를 완고히 거절하는 그 할아버지는 세탁소 바깥까지를 나를 배웅해주면서 몇 번씩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다시 내가 오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할아버지는 내 옷의 주름을 반듯하게 펴주셨고, 나는 할아버지의 발과 다리에 있는 근육 주름을 반듯하게 펴주는 시간이 되었다. 체형관리 운동은 내 천직인 것 같다.